
유료방송 시장의 그림자, 콘텐츠 제작자들의 절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 OTT 확산으로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방송채널사용사업자 PP에 지급되는 프로그램 사용료 산정 구조를 시급히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가 모두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시장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사용료 기준을 명확히 하고 선계약 후공급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최근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 시장의 지속 가능성과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 전문가는 프로그램 사용료 단가 정상화와 선계약 후공급 제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진 콘텐츠 제작 현장
유료방송 시장의 재원 구조는 지난 10년간 큰 변화를 겪었다.
방송광고 매출은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유료방송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의 비중이 확대되었다.
이와 함께 글로벌 OTT의 영향력 증대와 가입자 성장 둔화로 인해 플랫폼 전반의 성장 동력 또한 약해지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 10년간 IPTV를 중심으로 유료방송 플랫폼의 외형은 성장했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케이블 TV 사업자들은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으며, IPTV 역시 과거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콘텐츠 가치 저평가,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를 공급하는 PP의 제작 기반이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PP의 콘텐츠 투자액 대비 회수율은 10년째 35% 안팎에 머물고 있다.
2024년 PP 산업 전체의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되었으며, 매출원가율은 약 80%까지 치솟아 콘텐츠 제작비 부담이 크게 가중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유료방송 플랫폼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고 PP의 제작 기반까지 약화된다면, 결국 시장 전체의 콘텐츠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사용료 정상화를 단순한 사업자 간 수익 배분 문제가 아니라,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 시장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핵심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적 대안 제시: 프로그램 사용료 산정 방식의 재설계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프로그램 사용료 산정 체계 정비가 주요하게 제시되었다.
전문가는 방송사업매출액의 35~50%를 프로그램 사용료 산정 대가로 정하는 매출연동제와, 이용약관 상품 가격의 50% 수준을 대가로 정하는 약관가 비율제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매출연동제는 유료방송 플랫폼의 실제 방송사업매출을 기준으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연동하여 콘텐츠 공급 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약관가 비율제는 정부에 신고되거나 승인받은 상품별 이용요금, 즉 약관에 등재된 가격을 기준으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프로그램 사용료 단가에 일정 비율을 적용하여 사업자별로 합리적인 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매출연동제는 사업자별 매출 차이가, 약관가 비율제는 약관가 인플레이션과 할인 번들 보정 필요성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불공정한 거래 관행, 이제는 끝내야 할 때
업계에서는 실제 할인 판매가를 기준으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산정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PP가 콘텐츠 공급 대가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료방송사가 정부에 신고하거나 승인받은 이용요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방송 상품을 판매할 경우, 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프로그램 사용료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사들이 PP 사업자들의 동의 없이 정부 신고 약관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방송 상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할인 판매 여부나 할인 폭을 PP가 결정할 수 없는 만큼, 정부에 신고된 약관가를 기준으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산정해야 콘텐츠 가치가 안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프로그램 사용료 산정 기준 정비와 함께 선계약 후공급 제도화의 필요성도 강력히 제기되었다.
현재처럼 PP가 콘텐츠를 먼저 공급한 뒤 계약 협상이 진행되는 구조에서는 PP의 협상력이 약화되고,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선계약 후공급 제도화는 단순히 계약 절차의 순서를 바꾸는 것을 넘어, 방송 콘텐츠의 정당한 가치가 방송 상품 판매 가격에 사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전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약관가 비율제와 선계약 후공급 의무화가 함께 시행될 때 프로그램 사용료 정상화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생존을 위한 변화: 콘텐츠 시장의 미래를 위한 비전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사용료 정상화와 선계약 후공급 법제화가 시급히 이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보았다.
과거 정책 제언 중 일부는 이행되었으나, 선계약 후공급 의무화와 프로그램 사용료 정상화 가이드라인 정착은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이다.
따라서 새로운 국회에서 규제 완화 입법 흐름과 발맞춰 PP 및 콘텐츠 진흥 패키지를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러한 제도 개선은 유료방송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위기의 한국형 콘텐츠, 지속 성장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유료방송 콘텐츠 시장이 맞닥뜨린 현재의 위기는 단순히 특정 사업자의 수익 문제가 아니다.
이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핵심 축이 흔들리면서 시장 전체의 활력과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중대한 경고이다.
콘텐츠 제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 보장과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은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더 풍부하고 질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한국형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유료방송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를 조속히 마련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