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과 긴장 속 심야 회담, 팽팽한 신경전
지난 11일 현지 시각,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전쟁 종식을 위한 마라톤 협상에 돌입했다. 양국 대표단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약 50년 만에 성사된 최고위급 인사들의 만남에서 최대 쟁점은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문제로 떠올랐으나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는 양상을 보였다. 현지 언론들은 파키스탄 시간으로 이날 오후 5시 30분경부터 협상이 시작되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양국 대표단은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만나 회담 의제와 진행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은 이슬라마바드의 5성급 세레나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역사적 대면, 최고위급 인사의 만남
미국 대표단은 JD 밴스 부통령이 직접 이끌었으며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등 핵심 인사들이 동행했다. 이란 현지 언론은 경호 인력을 포함한 미국 대표단의 규모를 약 300명으로 보도하여 그 중요성을 짐작하게 했다. 이란 측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이 참석했으며, 이란 대표단 전체 규모는 약 70명으로 전해졌다. 여러 국제 언론들은 이번 회담이 파키스탄이 중재하는 3자 회담 형식으로 열렸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국 전문가팀이 회담에 동행했으며 워싱턴 DC에서도 추가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주요 일간지는 밴스 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이 샤리프 총리의 입회 아래 마주 앉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만남은 1979년 양국 외교 관계 단절 이후 47년 만에 성사된 최고위급 회담이자, 2015년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공식적인 직접 대면 협상이었다. 이날 회담은 양국이 2주간의 휴전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지 나흘 만에, 그리고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42일 만에 열렸다.
이란의 굳건한 마지노선, 레드라인 제시
협상에 앞서 미국은 15개항으로 구성된 종전안을 제시했고, 이란은 이에 맞서 10개항의 요구사항을 역제안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루어진 집중적인 협의와 진전, 그리고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및 레바논 남부 공격 자제, 미국의 이란 자산 동결 해제 수용 등을 바탕으로 최종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회담 시작 전, 이란 대표단은 샤리프 총리에게 자신들의 핵심 요구 사항인 4가지 ‘레드라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리 인정, 전쟁 피해 배상,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 해제, 그리고 중동 전역에서의 교전 중단을 포함했다. 한때 현지 국영 방송은 회담이 전문가 단계로 접어들며 이란 대표단의 경제, 군사, 법률, 핵 부문 위원들이 협상장에 투입되었다고 보도하여 대화의 진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 양측 간 풀 수 없는 매듭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문제를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이번 회담이 과연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고조되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협상은 완전히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은 해협을 미국과 공동으로 통제하자는 제안을 단호히 거부하며, 해협 통행에 대한 단독적인 통행료 부과 입장을 고수했다. 주요 일간지 또한 협상 상황에 정통한 이란 고위 당국자들의 말을 빌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인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최종적인 합의가 타결된 이후에야 해협을 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방송은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도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언론 역시 호르무즈 해협 사안에서 심각한 의견 불일치가 존재하며, 합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문구 교환 시도마저 가로막혔다고 지적했다.
레바논 휴전과 유엔 보장, 또 다른 쟁점들
2주간의 휴전이 발표된 이후에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 또한 양측이 충돌하는 중요한 지점으로 작용했다. 한 아랍권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하여 양국의 합의에 레바논을 포함할 것인지 여부가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레바논 또한 반드시 휴전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러한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또한 만약 합의에 도달하게 된다면 이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보장받아 이스라엘의 예기치 못한 군사 행동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양국 대표단은 오후에 두 차례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대화를 재개하며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협상 지속과 군사적 압박, 위기 고조
회담 시작 약 8시간째인 12일 오전 1시경, 이란 국영 방송은 ‘회담 3라운드’ 속개를 알리며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감안할 때 이란 대표단이 미국 측으로부터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또 다른 이란 언론은 필요에 따라 12일에도 회담이 이어질 수 있지만, 회담이 하루 이상 지속되지는 않을 조짐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교착 상태 속에서 미군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기뢰 제거 작업에 전격 착수하며 이란을 압박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중부사령부 소속 병력이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 여건 조성을 시작했으며,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멈추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성명을 통해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이 이번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이란의 에너지 기반 시설 등에 대한 공격 재개를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수하는 작전 또한 계속되고 있다고 이스라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평행선 위의 전쟁 종식, 쟁점과 교훈
자정을 넘겨 진행된 미국과 이란의 최고위급 마라톤 회담은 결국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레바논 휴전 문제 등 핵심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결과를 낳았다. 양측의 강경한 입장과 외부의 군사적 압박이 맞물리면서 전쟁 종식의 길은 여전히 불투명한 안갯속에 놓여 있다. 이번 회담은 양국 간의 깊은 불신과 근본적인 이해관계 차이가 얼마나 해소하기 어려운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전쟁의 장기화와 확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상대방의 핵심 요구를 외면한 채 자국의 이익만을 고수한다면 진정한 평화는 요원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향후 협상에서도 이러한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지속될 경우, 중동 지역의 불안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