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반복되는 소셜 미디어 속 카네이션 물결의 비밀
매년 5월이 되면 대한민국은 온통 붉은색 카네이션으로 물들었다. 특히 개인 소셜 미디어 프로필 사진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카네이션 꽃다발이나 자녀들에게 받은 선물 사진으로 가득 채워졌다. 지인들의 프로필 업데이트는 어김없이 어버이날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러한 사진 속 인물들은 자신이 받은 사랑과 행복을 은연중에 자랑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 뒤편에서는 알게 모르게 비교와 평가의 시선이 교차하며 미묘한 심리적 압박감을 형성했다. 많은 이들이 타인의 행복한 순간을 보며 자신은 과연 부모님께 충분히 잘하고 있는지, 자녀들에게는 어떤 기대를 받고 있는지 되묻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 예상치 못한 선물 배달 소동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 댁으로 보낼 꽃다발 배달을 미리 예약했다. 자식 된 도리로 당연하게 여겼던 일이었다. 약속된 배달일에 꽃다발이 도착할 무렵, 배송 기사로부터 부모님께서 집에 안 계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곧바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더니 금세 받으셨다. 어머니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받지 않으셨던 것이었다. 상황을 설명하자, 꽃다발이 오는 줄 모르고 잠시 외출하셨다가 황급히 집으로 돌아오셨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꽃다발을 받으시고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 “이렇게 비싼 걸 왜 보냈느냐”며 걱정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자식의 정성이 담긴 선물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대한 염려를 먼저 표하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자식으로서 느끼는 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가격은 오르고 꽃은 줄어드는 카네이션의 진실
부모님께서는 평소 자녀들에게 어떠한 물질적인 것도 바라지 않으시는 분들이었다. 하지만 어버이날만큼은 예외였다. 작지만 정성 어린 카네이션 꽃다발을 기대하는 마음은 매년 변함없이 느껴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해마다 꽃다발을 주문하여 보내드리는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어버이날 꽃다발의 변화는 심상치 않았다. 올해 배송된 꽃다발 사진을 확인해보니, 작년에 비해 꽃의 개수가 현저히 줄어든 듯했다. 몇 송이 안 되는 카네이션이 초록색 이파리들로 겨우 채워져 있었다. 해마다 치솟는 꽃값에 대한 부담감은 커져만 갔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부모님께서 서운해하실 것을 알기에 망설일 수 없었다. 상업적인 논리가 지배하는 어버이날 시장에서 진정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을 체감했다.
어버이날, 끝없는 비교의 굴레와 서운함의 싹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님의 서운함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필자 또한 어버이날에 아이들이 아무런 표현 없이 조용히 넘어간다면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을 경험했다.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자녀들에게 받은 선물이나 꽃다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자식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감정들은 결국 소셜 미디어 프로필 사진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접하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나는 부족한가’, ‘우리는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싹트기 시작했다. 개인의 순수한 마음은 어느새 사회적 기준과 타인의 시선에 갇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들러 심리학이 밝혀낸 비교와 열등감의 근원
최근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책을 읽으며 깊은 공감을 얻었다. 아들러는 모든 인간의 고민이 근본적으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비교 의식, 열등감,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데서 발생한다는 통찰이었다. 매년 어버이날마다 카네이션으로 가득 채워진 프로필 사진들을 보며 때때로 서운함이나 불안감을 느꼈던 감정의 근원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타인의 화려한 프로필을 보며 ‘혹시 내가 아이들을 잘못 키운 것은 아닐까’ 하는 자책을 하다가도, 정작 나 자신이 무언가를 받고 나면 감사한 마음에 똑같이 프로필에 올리고 싶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반복하곤 했다. 아들러는 이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제의 분리’를 강조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선택을 하는 용기
아들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보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소셜 미디어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내 아이들을 타인의 자녀들과 비교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끄고 나의 감정에 집중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채워지지 않는 기대나 서운함을 아이들이 충분히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불행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아들러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지는 오롯이 나 자신의 과제였다. 누가 무엇을 올리든, 무엇을 자랑하든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자 삶의 방식일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사진들을 보고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어버이날 풍경, 카네이션 대신 망고케이크를 선택하다
필자는 올해 어버이날부터 타인의 소셜 미디어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나 자신의 삶에 집중하기로 결단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기대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추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들러가 역설했던 ‘진정한 자유’의 의미였다. 더 이상 의무감이나 비교 심리에서 비롯되는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기로 했다. 내년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통념이나 의식으로부터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올해의 어버이날은 카네이션 대신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망고케이크로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마무리했다. 형식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진심을 전하는 새로운 방식의 어버이날을 맞이한 것이었다.
진정한 어버이날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회적 과제
어버이날을 둘러싼 소셜 미디어의 풍경과 개인의 심리적 갈등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쟁점을 드러냈다. 외부의 시선과 타인의 기준에 갇혀 진정한 마음을 전달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아들러 심리학이 제시하는 ‘자유’와 ‘과제 분리’의 개념은 큰 울림을 주었다. 상업주의와 사회적 압박 속에서 형식적인 의무를 넘어 진정으로 부모님을 기리고 자녀들과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용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진정한 어버이날은 값비싼 선물이나 화려한 과시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