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솟는 비만약 수요, 어둠 속 거래까지
최근 국내외에서 비만 치료제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의료기관을 통한 합법적 처방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해외에서 불법적으로 의약품을 들여오는 일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처럼 비만약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약품의 유통과 처방 과정 전반에 걸친 심각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만약 성지로 불리는 곳의 충격적 실체
일부에서는 특정 의료기관이 이른바 ‘비만약 성지’로 불리며 손쉬운 처방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 취재 결과, 이들 병원에서는 별다른 진료나 체계적인 확인 절차 없이 비만 치료 주사제를 쉽게 처방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환자가 원한다면 약을 중복해서 구매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는 비만약의 오남용 위험성을 크게 높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BMI 기준 무시한 무책임한 처방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비만 치료 주사제의 일반적인 처방 기준은 체질량 지수(BMI) 30 이상인 환자이다.
하지만 취재팀이 방문한 한 병원에서는 취재자의 체질량 지수가 23.7로 정상 범위임에도 불구하고 처방을 거부당했다.
이는 부작용 우려 때문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비만약 성지’로 알려진 다른 병원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의사는 형식적인 질문 몇 가지로 키와 몸무게, 병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환자가 말하는 대로 진료 기록을 작성했으며 단 2분 만에 진료가 끝나고 한 달 치 처방전이 발행됐다.
심지어 생전 처음 비만약을 복용한다고 밝히자 2.5mg 용량의 약을 처방해 주었다.
각기 다른 처방, 더 높은 용량까지
이틀 뒤 또 다른 ‘비만약 성지’를 찾아가자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병원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비만약 복용 경험 유무만 물어볼 뿐, 키나 몸무게 같은 기본적인 정보조차 묻지 않았다.
심지어 환자의 요구가 있다면 초기 복용자에게는 다소 높은 용량인 5mg까지도 처방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같은 환자에 대해 병원마다 제각각의 처방을 내리는 무책임한 행태가 드러났다.
이는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의료 행위로 지적될 수 있다.
약국마저 허술한 중복 처방의 구멍
의료기관의 허술함은 약국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취재팀이 이틀 간격으로 받은 두 개의 처방전을 동시에 약사에게 내밀었다.
약사는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5mg와 2.5mg 두 가지 용량의 약을 모두 꺼내 주었다.
환자가 중복으로 약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제재나 확인 절차도 없었다.
이처럼 중복 처방이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면서 비만약의 오남용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약을 복용하게 될 경우 심각한 건강상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비만약 처방의 확산
더욱 놀라운 사실은 비만 치료와 연관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진료과에서도 비만약 처방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산부인과나 마취통증의학과, 심지어 치과에서까지 비만약을 처방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특정 진료과가 비만약 처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목적으로 진료 영역을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성이 부족한 진료과에서 무분별하게 비만약을 처방할 경우 환자에게 적절한 상담과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할 위험이 있다.
늦장 대응, 오남용 의약품 지정의 중요성
이러한 심각한 비만약 오남용 실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뒤늦게 나섰다.
최근 정부는 비만 치료 주사제들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비만약 처방 및 유통 과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불필요한 오남용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미 상당 기간 동안 무분별한 처방이 이루어져 왔다는 점에서 늦은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만약 오남용,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
이번 비만약 처방 실태 조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는 의료 시스템의 허술함과 환자 건강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이다.
체질량 지수 기준을 무시한 무분별한 처방, 병원 간 제각각인 진료 기준, 그리고 약국의 미흡한 중복 처방 확인 절차는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이다.
비만약은 효과적인 체중 감량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전문의약품인 만큼 반드시 의학적 판단과 철저한 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
정부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과 더불어 의료기관과 약국에 대한 강력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국민 스스로도 비만약 복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신중한 접근 방식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