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 미 대사 1년 공석 끝에 한국계 미셸 박 스틸 지명, 외교 채널 강화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현지시간 2기 행정부의 첫 주한 미국 대사 후보로 미셸 박 스틸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백악관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명 사실을 발표했으며 연방 상원에 인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명자는 향후 연방 상원 인사청문회와 인준 표결을 거쳐 정식으로 임명될 예정이었다. 그동안 주한 미 대사는 전임 행정부에서 임명되었던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지난해 1월 이임한 이후 1년 넘게 공석 상태가 이어졌다. 이는 한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적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이번 미셸 박 스틸 전 의원의 지명을 계기로 한미 외교 소통 채널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측이 나왔다. 스틸 지명자가 상원 인준 절차를 통과하게 된다면 그는 성 김 전 대사에 이어 두 번째 한국계 주한 미 대사 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었다. 더불어 강경화 주미 대사와 함께 처음으로 한미 양국의 상대국 주재 대사를 여성이 모두 맡게 되는 역사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어머니의 고난이 낳은 정치인, 미셸 박 스틸의 이색적인 성장 배경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스틸 지명자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내며 성장했다. 이후 1975년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러한 독특한 성장 과정 덕분에 그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 등 3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정치 입문 계기는 매우 개인적이고 절실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어머니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운영하던 의류 상점에 과도하게 부과된 세금 문제가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큰 경제적 타격을 주는지 직접 목격했던 것이다. 스틸 지명자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복잡한 세법과 주정부 규제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을 보며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세금 파이터’로서 정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가 약자 보호와 공정한 세금 제도 개혁에 관심을 갖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친한파’에서 ‘반중’ 강경파까지, 미셸 박 스틸의 파란만장 정치 여정
스틸 지명자는 2006년 캘리포니아 조세형평위원회 위원 선거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와 같은 주요 행정책임자 직책을 역임하며 지역사회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졌다. 2021년부터는 4년간 연방 하원의원을 지내며 중앙 정치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지지와 북한 인권 문제 제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 온 공화당 내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평가받았다. 특히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재미 한인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게 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하원의원 재임 기간에는 연방하원 중국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펼쳤다. 그러나 2024년 11월 의회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에게 600여 표 차이로 아쉽게 석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달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스틸 지명자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스틸 지명자에 대해 “그의 가족은 공산주의에서 탈출한 미국우선주의 애국자”라고 언급하며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스틸 지명자의 부친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피란민인 것으로 알려져 그의 강한 반공주의적 배경이 주목받았다. 선거 당시 베트남계인 데릭 트란 민주당 후보와 경쟁했던 그는 상대방에게 ‘공산주의 낙인’을 찍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낙선 후에도 트럼프 정책 지지 표명, 한국 정부는 기대감 표출
의회 선거에서 낙선한 후 스틸 지명자는 “이제 의회 밖에서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싶다”고 자신의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특히 중국에 맞서 아시아 국가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하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시사했다. 이러한 발언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기조에 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실은 14일 스틸 지명 소식에 대해 “스틸 대사 지명자가 향후 정식으로 임명된다면 한미 관계 강화와 한미 양국 국민 간 우정 증진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식적인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미국 새 행정부의 대사 임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것이었다.
미셸 박 스틸 전 하원의원의 주한 미국 대사 지명은 단순한 외교 공백 해소를 넘어 여러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의 한국계 배경과 깊이 있는 한국 사회 이해는 양국 간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지향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견제 정책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념은 향후 한미 동맹의 성격과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미 관계가 인도 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 국제 정세에서, 그의 역할은 지역 안보 및 경제 협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지명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아시아 외교 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초기 신호탄으로 평가된다.